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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_디어 마이 프렌즈

코코누스 2021. 10. 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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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제발 나랑은 상관없이 혼자 알아서 행복해 줬으면 좋겠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인공 완이(고현정)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이 대사를 들으며 덜컥 내려앉았다. 정말 내 마음과 똑같았다. 엄마는 소중하고, 엄마만 생각하면 짠하지만 똑같은 말을 자꾸 시키면 짜증 나고, 5분 이상 통화하면 번번이 화가 난 채로 전화를 끊게 된다. 나만 그건 건 아니다. 친구들 상황도 비슷하다. 딸들에게 엄마는 정말 가슴 절절하지만 끔찍하게 피곤한 관계다.

이런 모녀관계를, 그것도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파내려가는 노희경의 작가가 쓴다면, 이 드라마에 엄청난 대사들이 넘쳐날 거라는 건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노희경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명작 드라마를 남긴 작가다. 대표작으로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등이 있다. 조만간 <HERE>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디어 마이 프렌즈

2016 tvN

연출 : 홍종찬

극본 : 노희경

출연 : 고현정,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등

16부작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프렌즈>를 한마디로 말하면 나이들어가는, 그러나 마음은 청춘인 이들의 인생 찬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수의 중년배우들이 출연한다. 어떻게 불러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기라면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 드라마를 더욱 단단하고 탄탄하게 받쳐준다. 

 

주인공이자 극의 나레이터이기도 한 박완은 외동딸로 좋은 대학을 나와 슬로베니아로 유학을 다녀왔지만 프리랜서 번역자로 근근이 살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는 하나뿐인 엄마의 말을 잘 듣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슬로베니아에는 결혼을 원하지 않는 애인 연하가 있다. 이 둘은 화상채팅으로 아직도 연애 중이기는 하다. 완이 엄마는 걸핏하면 이모들과의 회동에 완이를 대동한다. 완이는 늙어가는 이모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관심도 없지만 자꾸자꾸 엮이게 되고 그들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제법 잘 사는 희자이모(김혜자)는 약간 관종이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고, 문정아(나문희)는 자식들 집안일을 해주고 받은 돈으로 친정엄마의 요양비를 낸다. 그의 남편은 무척이나 가부장적이라 그녀를 무시하고 결국 평생 약속이었던 세계일주 여행도 무산시켜버리자 이혼을 결심한다.

완이 엄마인 장난희(고두심)는 중국집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남편의 외도를 목격했고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완이에게 바라는 게 많고 집착한다. 

 

이러한 인물들이 뒤섞이면서 꽤 시끌벅적한 상황이 계속되지만 한 편으로, 어느 누구 하나 평탄한 인생은 없고, 나이 들어 지친 몸은 힘들기만 하다. 우리는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유한한 인생. 청춘의 기억이 흐릿해지고 어느새 주름진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잦아진 요즘, 대사 하나하나 사무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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