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은 놀랍다.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건 물론이고, 가상의 인물과 사랑에 빠져 밤을 지새우게 만들기도 한다. 나 역시 수많은 이야기들에 빠져 거기서 기운을 얻고, 때로는 인생의 좌표를 바꾸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는 영화와 책 외에 가장 많이 접한 이야기의 장르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인생 드라마라 손꼽을 만한 작품이 몇 개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나의 아저씨>다. 당연히 본방은 사수하지 않았다. 다소 불량(?)해 보이는 제목 때문이기도 했고, 아이유라는 가수가 등장한다는 점도 선입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시간을 흘러가면서 여러 명에게 '인생 드라마'라는 추천을 받았고, 회사를 길게 쉬게 되었을 때 스타트를 시작했다.
<나의 아저씨>는 음악이 좋다. 지금도 출퇴근길에 OST를 가끔 듣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휴먼드라마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화면이 어둡고, 답답하고, 등장인물의 삶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기억나는 장면도 너무 많고, 명대사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지만 나는 지안이 신었던 맨발의 운동화, 믹스커피 2개로 끼니를 해결하던 모습, 대부업자의 살해를 이해해 주는 박 부장 앞에서 대성통곡하던 지안, 마지막 장면에서 지안이 박 부장에게 인사하던 모습 등이 기억에 남는다. 조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도 짱짱하다.
선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험한 세상에서 선한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40대 아저씨와 20대 초반의 이지안,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으로 나가는 이야기.
나의 아저씨
2018년 tvN
연출 : 김원석
출연 이선균, 아이유, 고두심, 송새벽 등
16부작
지안(아이유)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사채빚에 시달렸다. 할머니가 대부업자에게 시달리는 걸 보다 못해 부엌칼로 그를 죽였고, 다행히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하루살이 인생을 거칠게 살아간다.
우연히 회사의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 지안은 박동훈 부장(이선균)이 뇌물을 받은 걸 알게 되자 그 돈을 다시 훔쳤다가 회사의 권력관계에 휘말리게 된다. 뭐라도 얻어내 볼 심산으로 권력자 편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박동훈 부장의 흠집을 잡아내려 도청을 시작한 것이다.
지안은 하루종일 이어폰으로 박 부장의 모든 사생활을 엿듣는다. 그의 형제, 아내, 친구의 대화... 하지만 그를 도청하면서 동훈 또한 힘든 삶의 무게를 간신히 지탱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서울 외곽 동네, 삼 형제의 둘째인 박 부장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주변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형은 좋은 사람이지만 돈이 없어 아내와 별거 중이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생은 되는 일 없이 엄마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아내는 결혼 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만 회사에서 자신과 경쟁중인 사람과 바람을 피운다.
회사 사람들은 사회성 결여되고 어두운 지안을 백안시하지만 박 부장은 언제나 따듯한 손을 내밀었고 지안의 마음에 공감한다. 도청으로 박 부장의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된 지안은 결국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따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그리고 박 부장을 도와 회사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그가 이길 수 있도록 한 뒤, 지방으로 떠난다.
세월이 흘러, 박 부장은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어느 날 회사 근처에서 동료들과 밝게 웃으며 커피를 들고 걷는 지안을 만나 악수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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