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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요조 산문집

코코누스 2021. 8.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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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즐겨 읽는 분야가 아니다.

저자와 감성의 싱크로율이 높지 않으면,

채 몇장을 넘기지 못하고 어딘가 쳐박아 놓고 만다.

 

 

 

 

가수 요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책방 주인 요조에게는 아주 쪼금 관심 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에세이가 어떤지

살펴보고 싶었고, 뒤숭숭한 요즘 세상사에 살짝 지쳐

산문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장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건강하고 튼튼한 예술가가 되는 법'이라던가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부드럽게, 허벅지가 터지지 않게'

이런 목차들이 눈에 띈다.

 

최근 쏟아져나오는 '괜찮아' '힘들면 관둬' '떠납니다'

뭐 이런 에세이들에 질려

서점에서도 에세이 코너는 스킵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엣지있달까, 세련되었달까, 재미있달까

문장의 맛을 느끼게 해준 산문이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단어들로도 이렇게 멋진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저자의 능력이겠지.  

솔직하지만 궁상스럽지 않고,

멋지지만 자기겸손이 녹아 있는 글.

관심을 가져보니, 이 책이 왜 많이 팔렸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떻게든 더 예술가처럼 보이려고 안달복달하면서 이십 대를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한창 겉멋에 취하는 나이라고
느긋하게 봐줄 줄 아는 관용이 내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런 철없고 무모한 태도가 역설적으로 이십 대를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로 만들어주는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의 이십 대를 마냥
너그럽고 흐뭇하게 봐주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예술가가 되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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