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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_어른들의 성장동화

코코누스 2022. 7. 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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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으로는 상당히 낯선. <나의 해방 일지>. 딱히 끌리는 배우는 없고 초기에는 혹평도 많아 본방을 사수하지는 안았지만, 전작인  <나의 아저씨>를 생각하면 박해영 작가의 작품을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의 감상평을 적어본다. 

 

 

드라마_나의 해방일지
숱한 명언을 만들어낸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의 작품에는 역시나 실장님이나 재벌, 복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고만고만하고, 어찌 보면 뻔하기도 하고, 어디서나 쉽게 만날 것만 같은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등장해 좌충우돌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성장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게 되는 플롯이다. 등장인물마다 사연이 있고, 어찌 보면 인물 개개인마다 심리학, 사회학 논문 한 편이 나올 듯하다. 

 

다들 알다시피 무대는 서울에서 꽤 먼 경기도 어딘가의 마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의 배경인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든다). 딱히 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밖에 없어 친구가 된 이들이 모여 저녁이면 함께 술을 나누고 연애상담을 하고, 화풀이의 대상이 된다. 

 

그런 잔잔함이 영원이 계속될 것만 같은 마을에서 튀는 인물은 주인공 염미정네 씽크대 공장에서 일하는 구 씨다. 말이 없고, 하루에 소주 4병을 마시는 인물. 과거가 있을 거라는 짐작은 하지만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던 차에, 세상사에 지친 염미정이 그에게 말한다.

"나를 추앙해."

아, 이것이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인가. 사전에서나 볼 법한 단어. 추앙. 사랑이 아니고 추앙이다. 미정은 구 씨에게 추앙을 요구하고 뜻밖에 구 씨는 이를 받아들인다.

 

기업의 디자이너로 근무중인 미정은 겉보기에는 멀쩡하나, 늘 상사에게 치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눅 들고 믿었던 선배에게 돈도 마음도 빼앗긴 상태. 사는 게 지루하고 두렵고, 의미 없음.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전형적인 내향인. 그녀의 패션에는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더워도 발등을 덮는 바지에 목까지 단추를 잠근 블라우스. 하이힐과 스니커즈의 중간인 적당한 굽의 구두.

회사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동호회 가입을 강요하며 사회화를 시키려 하고, 그녀를 '관심직원' 취급한다. 결국 그녀는 회사의 다른 관심 직원 3명을 모아 '해방 클럽'을 만든다. 이 모임에서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직원 때문에 작성하게 된 동호회 일지가 바로 '나의 해방 일지'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하고, 대사가 많다. 좀 더 정확히 발음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만큼 대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작 <나의 아저씨>도 초반의 우울감을 끝내줬다.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충만한 감동이라니.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보다 <나의 해방 일지>를 인생 드라마라고 꼽는 이들도 많은 걸 보면, 역시 작가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 싶다.

 

<나의 해방 일지>는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드라마다.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무엇인지 떠올리게 만든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진정 어른이지 못했던 이들의 성장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통해 나의 이야기, 나의 인생을 떠올려 볼 수 있다는 게 <나의 해방 일지>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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