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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 차승원 이정은(한수와 은희)

코코누스 2022. 4.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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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부작으로 예정되어 있고, 아직은 초반이지만 관람평은 제각각이다. 초호화 캐스팅이라 정신이 없다는 의견도 있고, 내용이 무거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가 선뜻 쉽게 봐지지는 않는 편이다. 묵혀 두었다가 1-2년쯤 지난 후에 꼭 보는 드라마라고나 할까.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품답게, 대기업이나 재벌은 등장하지 않는다. 해녀, 순대가게, 마사지샵, 트럭 만물상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나이대도 40대 중반 정도로 인생의 두 고비쯤 지나, 이제는 희망이나 미래보다는 추억이나 과거를 더 곱씹는 사람들이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도 '인생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라고 적혀 있다.

 

 

우리들의_블루스
쓰고 단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우리들의 블루스’는 연작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얼기설기 교차되지만 2-3회마다 한 커플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첫 이야기는 ‘차승원과 이정은’이다. 제목은 '한수와 은희'.

 

차승원(최한수)은 제주 출신으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난한 집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서울의 대학에 입학해 지금은 번듯한 은행 지점장이다. 언뜻 보면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삶이지만 알고 보면, 하나 있는 딸이 골프 유학을 떠나면서 기러기 신세이고, 집은 커녕 퇴직금까지 미리 당겨 딸의 골프 지원에 쓴 지 오래인 팍팍한 인생이다. 이에 반해 가난한 집 딸이었던 이정은(정은희)은 여전히 생선 대가리를 내려치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드세고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수십억 자산가로 성장해 있다. 수시로 누나의 돈을 노리는 남동생들에게 시달리고는 있지만 말이다.

 

청소년 시절, 이정은은 차승원을 좋아했고 그에게 고백하며 기습뽀뽀까지 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벌써 몇십 년 전 일이다. 물론 차승원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싱글인 이정은에게 그것은 좀 다른 의미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한 그녀는 한수를 좋아했던 마음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아무튼 이야기는 서울 생활을 하던 차승원이 제주 지점으로 발령나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동창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가 딸의 유학자금을 구하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을 꿨다는 소문이 퍼진다. 차승원은 이정은 동창회에서 만나고 그녀가 아직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차승원은 아내와 별거 중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이정은에게 옛 추억을 생각하며 목포로 놀러 가자고 말한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차승원은 그야말로 찌질하게 나온다. 제주의 가난함을 벗어나려고 서울의 대학에 갔고, 은행 지점장 자리에 올랐으나 기러기 신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갑질하는 고객들의 비위를 맞추며 외롭게 살아간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수와 은희'에서는 이런 차승원이 과연 딸의 골프 자금을 위해 청춘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마저 이용하는 정말 찌질한 사람이 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작가는 어떻게 설득력을 부여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힐 수는 없지만 작가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에 감탄하면서, 그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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