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남쪽 등산로가 54년 만에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이 길이 막힌 건 1968년 북한의 김신조가 이 길을 통해 침투했기 때문이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북악산은 교외의 산과 달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것도 색다르고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준다. 새롭게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를 살펴보자.
북악산 개방 코스
그동안 북악산은 조금씩 개방되어 왔었다. 숙정문을 시작으로, 청운대 등이 개방되었고 2019년부터는 신분확인 절차도 없어졌다. 이번에 새로 개방된 부분은 아래 사진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그동안 북악산 등산 코스가 성곽 둘레를 따라 도는 길이었다면 이번에 개방된 구간은,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이라 훨씬 빨리 능선에 도달할 수 있다.
새로 개방된 코스로 가려면 삼청공원 후문에서 시작하면 된다. 삼청공원 후문에서 보이는 데크로 된 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면 도로(삼청터널길)를 가로지르는 신호등이 보이고, 건너면 늘 닫혀 있던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가 삼청 매표소 입구인데, 안내원이 건네는 목걸이형 출입증을 받아서 올라가면 된다. 코스는 삼청 쉼터, 법흥사 터, 청운대 전망대를 지나 도성길과 만날 수 있다.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 풍경
54년만의 개방이고 그동안은 군인들만 이 길을 오갔을 것이다. 중간중간의 계단 돌들은 세월을 말해주듯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안내판이나 화장실, 의자 등은 새로 설치한 듯 보였다.
물은 너무 가물어 그런지 많지는 않았지만 매우 맑았다. 곳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조용하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법흥사 터에는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 때 나옹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법흥사 터를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넘어가면 청운대로 갈 수 있다. 청운대는 한양도성 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경복궁뿐 아니라, 광화문 일대와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청운대에서 왼쪽으로 가면 창의문과 윤동주 문학관이 있는 부암동 쪽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성균관대 후문의 와룡공원 방향이다. 어느 쪽으로 향하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부암동 쪽으로 가면 예쁜 카페들과 맛집들을 만날 수 있고 북한산 풍경이 좋다. 말바위안내소를 지나 와룡공원 쪽으로 향하면 성북동의 맛집들과 고즈넉한 동네를 즐길 수 있다.
만약 삼청 안내소로 다시 내려온다면 삼청동 동네 구경을 권한다. 삼청동이라고 하면 경복궁 후문에서 삼청공원까지의 메인 도로 주변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나 쇼핑보다 동네의 맛을 느껴 보고자 한다면 삼청공원 건너편 칠보사 주변을 둘러보길 권한다.
관련 글 : 삼청공원에서 와룡공원
지도에서 표시된 부근으로 지번으로는 대략 삼청로 8길에서 11길 정도 된다. 이곳은 서울 안에 이런 동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부산이나 대만에 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이상으로 54년 만에 새롭게 오픈된 북악산 등산로를 간단하게 살펴봤다. 조만간 청와대도 개방될 예정이라고 하니, 북악산을 찾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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