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일본 영화에 빠져서 계속 몰아본 적이 있었다. <심야식당> <행복 목욕탕> <앙> <카모메 식당><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등. 그런데 그 이후로는 한동안 눈에 띄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가 드물었다. 그 사이 K콘텐츠가 눈에 띄게 성장하기도 했고. 이번 명절 연휴 동안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신문기자>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현재의 일본 분위기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몰입감 있게 봤다.
신문기자 / 6부작
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 요네쿠라 료코, 아야노 고, 요코하마 류세이 등
일본에 몇 번이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일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관광 인파들 속에서 검은 양복을 입고 무거운 검은 가방을 든 채 지하철에서 졸고 있거나,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한 끼를 해결하는 샐러리맨들을 꽤 많이 봤다. 10년쯤 전이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의 직장인들이 왜 그렇게 꾸질 한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일본은 전체주의 문화가 강하다. 조직에 대한 배반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겉으로는 매우 친절하다. 동료나 상하관계도 그렇다. 일본에서 근무해봤다는 우리 회사의 임원은 일본에서는 부하들이 말을 잘 듣는 편이라 상사로 지내기는 편한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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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에도 그렇게 조직에 충성하는 대다수와 거기에 반기를 드는 까칠한 신문기자가 등장한다. 오빠가 조직에 대들었다가 식물인간이 되었고, 자신도 토토신문사에서 여전히 아웃사이더지만, 총리실과 관련된 부정행위를 밝히기 위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신문기자>는 아베 정권의 최대 스캔들인 모리모토 학교 비리 사건을 거의 대놓고 다룬다. 아마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내부 사정을 다루지는 못했으라 생각된다. 물론 마지막에도 허리우드 식의 속 시원한 해결과 응징은 없다. 아베 정권도 비리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한 것은 아닌 것처럼. 어쩌면 그렇게 처리한 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 국내의 여러 이슈와도 겹쳐 보이는 지점도 많다.
총리의 비리를 덮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다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스즈키의 조카 료는 증언을 거부하는 내부자에게 묻는다.
"왜 공직자가 되었나요? 이러려고 공직자가 된 것은 아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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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쉽게 내부고발자가 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의롭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스즈키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수없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기자>는 신문기자의 멋진 활약상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내부자들은 얼마나 견고한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내부자들로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는 조직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나 뭐,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드라마에 도쿄의 풍경을 하늘 위에서 많이 보여주는데, 이런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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